네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여기서 날 떠나지 말아 달란 말이었어


The Last Thing I Said to You Is Don't Leave Me Here, 1999

 

1999년 여름, 런던 사치(Saatchi) 갤러리 1층에 낯선 목조 구조물이 들어섰다. 켄트 주 휘트스테이블 해변에서 트럭에 실려 온 작은 비치 헛(beach hut)―에민이 친구 사라 루커스와 1992년에 공동 구입했던 ‘첫 집’이었다. 벽면엔 바닷바람에 벗겨진 페인트가 하얗게 일어나 있었고, 가늘게 맺힌 소금기와 모래가 아직도 틈새에 눌어붙어 있었다. 에민은 그 보잘것없는 평방미터를 통째로 뜯어 와 제목을 붙였다.

 

“The last thing I said to you is don’t leave me here.”

 

왜 하필 ‘오두막’이었을까

 

 

기억의 용기(容器)

 

에민에게 이 헛간은 첫 소유의 기쁨이자 *“도망칠 수 있는 방”*이었다고 한다. 

 

이주(移住)된 공간

 

바다 냄새가 배인 목재를 그대로 갤러리에 옮긴 행위가 곧 작품. 관객은 그 안에 들어서면서 에민의 과거를 “현재 진행형”으로 겪는다.

 

희소성의 언어

 

설치와 동시에 헛간 내부에서 촬영한 누드 셀프포트레이트(C-프린트) 두 점이 발표됐다(I, II·2000). 

에디션은 단 여섯. 공간을 ‘브랜드 원본’으로 삼고, 사진을 ‘파생상품’처럼 배포한 셈이다.

 

안쪽은 어떻게 생겼을까

 

  • 가구 없음 : 낡은 매트리스 하나, 벽에 못 박힌 폴라로이드 몇 장이 전부였다.
  • : 형광등·네온 대신 천창(天窓) 사이로 새어 들어온 자연광. 시시각각 변하는 조도가 감정선으로 눌어붙었다.
  • 소리 : 파도 대신 공조기음. 바다를 떠난 공간은 ‘소리의 상실’을 통해 더 쓸쓸해졌다.

 

내가 받은 감각적 울림

 

“브랜드는 결국 ‘누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품는다.”

 

헛간 안에 한 발 디뎠을 때, 말라붙은 소금 자국보다 먼저 코끝에 와닿은 건 묘한 쓸쓸한 따뜻함이었다. 낡고 허름하지만, 누군가 추억을 걸어 두었던 진짜 집. 사진을 전공하며 ‘장소의 피부’를 늘 신경 쓰던 내게, 이 작품은 공간 브랜딩이 어떻게 정서적 자산이 되는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마케터로서 메모

 

소 자체를 스토리로 전환: 팝업스토어보다 ‘창업 첫 사무실’을 그대로 노출하는 편이 더 진정성이 있다. 

결핍 공개: 가난하고 초라한 오두막이 오히려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브랜드도 약점(첫 시제품, 시행착오)을 숨기지 않을 때 서사가 생긴다.

 

이후의 이야기

2004년 모마트(Momart) 창고 화재로 헛간은 잿더미가 됐다. theguardian.com 하지만 에민은 “불타 버려도 기억은 남는다”는 말을 남기며, 2007년 의족(義足)처럼 재제작본을 선보였다. ‘없음’에서 비롯된 존재감은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한 줄 회고

“누군가를 붙잡는 문장은, 결국 가장 사적인 장소에서 태어난다.”

 

작은 오두막 하나가 내게 가르쳐 준 건, 브랜드도 예술도 사람도 결국 떠남과 남음 사이에서 가치를 얻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사진으로는 이미 익숙하던 에민의 네온 작품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것은 붉은 불빛이 아니라, 어둑한 목조 오두막 한쪽에 웅크린 작가 자신의 몸이었다. 2000년작 C-프린트 두 점으로 이뤄진 The Last Thing I Said to You Is Don’t Leave Me Here I, II—에디션은 겨우 여섯 장뿐이다. 빛바랜 널빤지 바닥, 정오 직전의 흐린 자연광, 그리고 무릎을 끌어안은 벌거벗은 여인. 카메라는 침묵을 씹듯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오두막은 실재했다. 켄트주의 휘트스테이블 해변, 에민이 친구 사라 루커스와 공동 매입했던 바로 그 ‘첫 집’이다 . 1999년, 그녀는 그 구조물을 통째로 뜯어 갤러리로 옮겨 왔다—제목 역시 같은 The Last Thing I Said to You Is Don’t Leave Me Here . 설치가 끝났을 때, 텅 빈 방엔 바닷소리 대신 형광등의 윙윙거림이 메아리쳤다고 한다.

 

나는 이 사진을 ‘브랜드의 원점’을 다룬 셀프 포트레이트로 읽는다. 나도 창업 초기에 손바닥만 한 사무실을 셀카로 기록해 두었다. 그 흔들린 JPEG 파일은 지금도 내 사이트 리브랜딩 문서에 조용히 붙어 있다. 에민에게 오두막이 그러했듯, 공간은 개인의 최초 아이덴티티다.

 

사진 속 에민은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눈꺼풀은 반쯤 감겼고, 등 라인은 구부러져 있다. 하지만 시퀀스에서 느껴지는 정조는 ‘굴복’보다 ‘잔류’에 가깝다. 뒤돌아누운 II 버전은 특히 그렇다—얼굴이 완전히 보이지 않아 더 쓸쓸한데, 대신 어깨 근육이 긴장하며 버티고 있다.

 

그 버팀목에는 역설적으로 마케팅 언어의 핵심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강렬하려면, 결핍이 먼저 드러나야 한다. “날 두고 떠나지 마”라는 청유형 문장은 스스로의 약점을 과장 없이 내놓는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우리는 최고’ 대신, ‘우리에겐 이런 두려움이 있다’고 고백하는 순간 진짜 스토리텔링이 시작된다.

 

또 하나, 에디션 숫자. 여섯 장. 작가는 의도적으로 희소성을 설정했다. 그 선택은 예술 경제 생태계의 구조적 농담이지만, 오늘날 디지털 마케팅에서 ‘한정 수량’ 배너로 반복된다. 숫자가 적을수록, 소유는 경험이 되고 경험은 커뮤니티가 된다. 에민은 몸으로, 우리는 상품으로 그 공식을 돌려쓴다.

 

그리고 텍스트. 작품 제목이 곧 네온으로도 제작됐다—붉은 필기체가 공중에 붕 뜨는 버전이다. 짧은 문장이 공간 전체를 기표化한다. 인스타 릴스에서 0.3초 만에 지나가는 후킹 카피처럼, 에민은 관객의 감정 회로에 바로 접속하는 방법을 안다. 단어는 적을수록 강력하다.

 


느끼는 그대로, 몇 줄만 남겨 둔다

 

  • 30대 중반의 나는 매일 사람을 대상으로 브랜딩을 실험하지만, 결국 브랜딩이란 돌아갈 집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라는 걸 이 사진 앞에서 깨닫는다.

 

  • 오두막의 삐걱거림, 해변 습기, 벽에 난 못 자국—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장면은 포화돼 있다. 브랜드가 제공해야 하는 것도 이런 다층적 감각이다. 이미지는 시선을 잡고, 질감은 마음을 붙든다.

 

  • “Don’t leave me here.” 이 한 줄에는 ‘남겨질 두려움’과 ‘남아 있으려는 의지’가 동시에 박혀 있다. 소비자를 붙들어 두고 싶은 모든 마케팅 전략은, 결국 이 모순 위에서 줄타기를 한다.

 

작업실로 돌아와 모니터를 켰다. 커서가 깜박이는 빈 문서 위에, 나는 먼저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건, 떠나지 않을 누군가의 응답이다.”


사진 속 에민이 그러했듯, 우리 각자의 오두막—작업실, 스튜디오, 혹은 브라우저 탭 한 구석—어딘가에서 꺼내질 그 문장이 언젠가 누군가의 안쪽에 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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