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직도 내가 너를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유는,
너를 위해 아직도 글을 쓰고 싶어서야.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제는 닿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끝은 여전히 너를 향해 움직이고 있어.
떠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나는 그 빈 공간에 자꾸만 문장을 놓아.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서.

사랑은 끝났지만, 문장은 끝나지 않았어.
너와 함께 나눴던 계절,
너의 눈동자에 담겼던 저녁의 색감,
우리가 잠깐 스쳐지나갔던 거리의 바람마저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있다는 듯,
글을 쓰다 보면 자꾸만 네가 떠올라.

그저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 안에서 천천히 글로 번지고 있는 거야.

그날의 대화, 너의 표정, 말끝의 떨림.
지금은 더듬을 수밖에 없는 기억들이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잠시 너와 다시 마주 앉은 기분이 들어.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아니, 사랑이라기보다는,

너를 위한 문장을 멈추지 못하는 이 마음이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지.

 

그 마음은 어쩌면,
끝난 사랑에도 마지막 예의를 지키는 방식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