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누를 이유가 사라진 시대 — “취미 사진”이라는 장르가 서서히 사라지는 풍경


 

필름 카메라가 귀한 보물처럼 취급되던 1990년대, ‘사진’은 일정한 의식을 전제로 했다. 주말 새벽, 삼각대를 메고 새벽 바다로 나가 첫 빛을 기다리고, 현상소에 맡긴 네거티브를 하루 이틀 뒤에야 받아들었다. 기술적 장벽은 곧 열정의 증명이었다. 그런데 2025년의 길거리에서는 DSLR보다 스마트폰을 든 손이 압도적으로 많고, 셔터음은 인공지능 노이즈 제거 앱에 의해 곧장 무음으로 사라진다. 취미 사진이란 말이 이제는 낡은 농담처럼 들린다.

 

 

첫 번째 원인은 기기의 진화가 취미와 전문을 동시에 매끄럽게 지워 버렸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소프트웨어로 피사체를 파악하고, 이미지 센서보다 큰 가상의 조리개로 심도를 계산하며, 여러 장을 겹쳐 노출을 자동 보정한다. 예전 같으면 ND 필터를 껴야 했을 장노출 촬영이, 이제는 손떨림 보정 한 번이면 끝이다. 촬영의 ‘난도’가 증발하자 취미 사진이 지녔던 소박한 성취감도 함께 증발했다. 셔터를 누르고 결과를 미리 짐작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사라진 순간, 취미는 작업에서 소비로 바뀌었다.

 

 

두 번째 요인은 SNS 알고리즘이 만든 획일화다. 인스타그램의 탐색 탭을 두세 번 스크롤하면, 해변 노을 사진에 적정 노출과 그라데이션 보정이 완벽히 복제된 이미지가 수백 장 쏟아진다. 그리고 그중 가장 ‘호감도 높은’ 구도로 손가락 먼저 멈춘 사진이 다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또 다른 노을을 낳는다. 과정 없는 결과가 클릭과 좋아요를 먹고 순식간에 확산된다. 그 결과, 취미 사진가가 실험할 수 있는 ‘실패의 자유’는 점점 좁아졌다. 자연스러운 흔들림, 노출 과다의 우연 같은 변수들은 알고리즘이 유통하지 않는 노이즈로 취급된다.

 

 

세 번째는 AI 이미지 생성의 급부상이다.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을 열고 “neon-lit alley in Tokyo, film grain, 35mm”라고 입력하면, 실제 거리보다 더 ‘영화적인’ 결과물이 15초 만에 도출된다. 사실적인 노이즈, 필름 번짐, 렌즈 플레어마저 소프트웨어가 수치로 합성한다. 취미 사진의 매력 중 하나였던 ‘현실을 재현하려는 몸짓’이, 단순한 텍스트 프롬프트로 대체되며 희소성을 잃었다. 이제 취미 사진가는 화질 경쟁에서 AI를 이길 수 없고, 창의적 왜곡에서도 뒤처진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미 세상에 없는 빛을 상상해낼 수 있는 AI가, 초심자의 호기심을 너무 쉽게 포섭해 간다.

 

 

마지막은 경제적·공간적 조건의 변화다. 도시 임대료는 오르고, 현상소는 줄어들고, 인화지 가격은 상승했다. 디지털 사진조차 고해상도 저장과 RAW 파일 편집에 드는 비용이 과거보다 커졌다. 그럴 여력이 없는 취미 사진가는 클라우드 자동 보정이나 AI 리터칭 구독에 의존하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구독 모델은 ‘편의’ 대신 ‘동질화’를 몰고 온다. 표준화된 프리셋은 순간을 콘텐츠로 재가공하고, 콘텐츠는 끊임없이 최신 유행을 따라 업데이트된다. 개인의 취미가 서비스 업체의 KPI 안에서 순환하다 보니 “내가 직접 찍어서 얻는 의미”가 갈수록 흐릿해졌다.

 

 

취미 사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의 의미—불확실성을 감수하며 느리게 쌓던 기술과 정성—가치가 시장 논리에 밀려 희귀 사치품처럼 변해 가고 있다. 필름 사진 동호회가 복고 열풍을 타고 부활하지만, 그조차도 ‘희소 필름 한 롤 3만 원’이라는 가격에 기념품처럼 소비되는 중이다. 온갖 기술이 열어준 편의 속에서, 셔터 한 번의 기대와 떨림을 되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손 끝의 자동 보정을 잠시 꺼 두고, 삐뚤어진 구도와 과다 노출을 그대로 품은 사진을 끈질기게 바라보는 일일지 모른다. 취미 사진의 몰락이라 부르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오히려 “불편과 우연을 다시 취미 삼는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 여기에 있는 모든 이미지는 AI로 만들었다. 이것이 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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