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치 공백을 넘겨다보며 — 글, 예술, 그리고 새 무대에 서기까지의 기록
처음 블로그에 ‘안녕’이라는 한 줄을 올린 날이 2014년 3월 4일이었다. 새벽 1시 27분, 포스팅 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이 찰칵하고 고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던 그 사각형이 내 첫 독자였다. 고작 300자 남짓한 리뷰였지만, 서툰 문장 사이로 어딘가로 통하는 숨구멍이 열리는 듯했다. “내가 본 세계를 말로 세우면, 다시 걸어갈 길도 보일지 모른다.” 그렇게 믿으며 하루 한 편, 때로는 한 달에 한 번의 포스팅을 이어 왔다.
첫해의 글은 형용사와 과로로 부풀어 있었다. ‘섬세하다, 황홀하다, 기괴하다’ 같은 단어로 허기를 메우다가, 어느 순간 ‘왜’와 ‘어떻게’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감동했던 한 장의 회화를 세 번, 네 번 되짚다 보면 결국 질문이 남았다. “이 붓질이 나를 설득하는 구체적 지점은 어디인가?” 그때부터 문장이 덜 화려해졌지만 단단해졌다. 문장을 세우기 전에 관찰의 순서를 정리하고, 독자가 몰입할 리듬을 계산했다. 글은 이제 ‘표현’보다 ‘구조’가 중요해졌고, 그 구조는 프로젝트 제안서와 보고서, 심지어 SNS 캡션에도 스며들었다.
버튼 하나 생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이제는 PHP 웹사이트를 이용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정도로 독학해왔고, 그건 작은 버튼 하나, 애드센스 광고 코드 삽입 등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노력이 아니였다. 단순한 호기심이였고, 관심이였으며,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건 모두 예술이였다.
예술은 늘 다른 업계의 청사진을 들이미는 무례한 손님이었다. 빌 비올라의 슬로 모션을 보고 ‘지속되는 이미지’ 개념을 빌려 왔고, 바스키아의 거칠고 어린 낙서를 통해 ‘원본성을 증명하는 주석 달기’를 배웠다. 그 경험은 마케팅 회사 운영에도 큰 실험실이 됐다. 브랜드 캠페인을 설계할 때 ‘비어 있는 구역’을 고의적으로 남겨 두는 이유, 바로 전시장에서 배운 ‘공백의 서사’ 덕분이다. 고객 피드백에서 “왜 설명을 생략했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나는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침묵에 끌리는 순간을 예로 든다.
마케팅 회사를 꾸린 지 여덟 해. ‘마케롱’은 어느새 매달 백여 개 브랜드의 언어·이미지·데이터를 함께 굴린다. 반복되는 KPI 속에서도 예술 덕분에 질리지 않았다. ‘연결’이라는 개념이 끊임없이 새 모양을 만들었으니까. 올해 나는 그 연결을 더 넓게 펴보기로 했다. 크리에이터 IP와 실시간 퍼포먼스를 묶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HJ Entertainment’를 곧 출범한다. 라이브 커머스·밈·AI 생성 콘텐츠가 뒤엉킨 난장판 같은 무대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3초짜리 스크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미니어처 공연’을 설계할 예정이다.
첫째, 매주 한 편 ‘설명하지 않는 글’을 쓴다. 독자가 상상할 간격을 남기는 글.
둘째, 매 분기 한 번은 ‘필드워크 전시 감상’을 유지한다. 익숙함에 길들어지지 않기 위해.
셋째, 빌더스의 모든 쇼 케이스에 “예술적 결함”을 최소 한 지점 삽입한다. 완벽이 아닌 살아있는 떨림을 위해.
10년간 쌓인 글은 1,200편 남짓, 삭제 버튼에 사라진 초안까지 합치면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작년 포스팅과 이번 글을 비교하면, 나는 아직도 원고지 두 장 밖에 못 걸어 나온 초심자다. 글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다음 걸음을 예언한다. 예술이 보여 준 길을 따라,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를 하나의 무대로 엮으며, 나는 또 다른 문단을 열어 보려 한다. 다음 10년 후에도, 여전히 ‘안녕’이라는 한 줄로 새로운 독자를 만나길 기대하면서.
마케롱은 마케팅을 연구하고 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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