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직조하는 피부 ― 론 뮤익이 극사실(極寫實)로 묻는 ‘살아 있음’의 무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론 뮤익 개인전(4.11-7.13). ‘Mass’부터 ‘Woman with Shopping’까지, 초현실적 피부와 기형적 스케일에 담긴 생·사·관계의 서사를 필자의 체험으로 해석한다.
프롤로그 | 거인의 정맥을 바라보다
처음 론 뮤익의 <Mask II>를 봤을 때, 모공에 맺힌 솜털 때문에 무심코 숨을 삼켰다. 2m가 넘는 머리 조각 앞에서 “조각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역전된 시선을 체험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MMCA) 전시는 그 충격을 다시, 훨씬 더 거대한 규모로 체감하게 만든다.
1. 작가 노트 ― ‘확대’와 ‘축소’의 윤리
- 출생·경력 : 1958년 멜버른, 런던 기반 활동. 1980-90년대 TV·영화 특수효과를 거쳐 1997년 <Dead Dad>로 미술계 데뷔.
- 키워드 : 비례 파괴, 피부 질감, 일상의 서사, 침묵, 공감각.
- 극사실주의는 종종 기술적 묘사에 집중한다. 그러나 뮤익에게 스케일의 왜곡은 감정의 확대 ↔ 축소 장치다. 거대화된 ‘Mass’의 해골 무더기가 역사적 공포를 증폭시키듯, 손바닥만 한 ‘Youth’의 소년 상처는 관객의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
2. MMCA 서울 하이라이트 투어
작품 | 특징 | 필자 한 줄 메모 |
<Mass> (2016-17) | 100개 해골 더미, 높이 5.3 m | “죽음이 아니라, 익명의 반복.” mmca.go.kr |
<Man in a Boat> (2002) | 노 젓지 않는 남자, 고립된 시선 | 정적이 파도보다 크다. |
<Woman with Shopping> (2013) | 아기 안은 중년 여성, 피로한 눈빛 | 삶의 ‘짐’이 실리콘에 주름진다. |
<Mask II> (2001-02) | 작가 본인의 거대 자화상 | 모공, 수염 자국이 관객의 숨소리를 포획. |
관람 팁 : 거리는 최소 2 m, 수평 시선을 30 초 이상 유지해 보라. 피부 요철이 미세 진동처럼 움직이는錯視(착시)를 경험한다.
3. 피부 아래의 철학 ― 살과 해골 사이
뮤익은 살아 있는 신체 대신 ‘정지된 사건’을 조각한다. 오히려 고요 속에서 생리적 불안이 증폭된다. 작품 앞에서 드는 감정은 혐오/연민 양극이 아닌, “내 몸도 결국 저렇게 변주될 수 있다”는 가능태(可能態)의 충격이다.
4. 감각적 관람법 3단계
- 거리 재설정 : 거대한 작품은 한발 물러서서, 소형 작품은 눈높이를 낮춰 바라본다. 시점 변환만으로 감정의 크기가 달라진다.
- 소리 듣기 : 전시장은 의도적으로 정숙하다. 발소리·옷깃 소음이 증폭돼 ‘살아 있는 콘크리트’처럼 공간을 메운다.
- 시간 지우기 : 평균 체류 시간을 두 배로 늘려 보라. 조각이 아니라 멈춘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 생긴다.
에필로그 | 거울 앞의 낯선 자아
전시장을 나서며 유리문에 비친 내 얼굴이 잠시 낯설었다. 뮤익은 실리콘, 화이버글라스, 인조 모발로 “인간이 인간을 낯설게 바라보는 프레임”을 만든다.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을 ‘타자’로 목격했다. 아마 이것이 뮤익이 의도한 가장 깊은 공감일 것이다.
참고 및 감상 TIP mmca.go.kr
- 전시 기간 : 2025 년 4 월 11 일 (금) – 7 월 13 일 (일)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B1 갤러리 5·6
- 관람 시간 : 월·화·목·금·일 10:00-18:00 / 수·토 10:00-21:00 (입장 마감 1 시간 전)
- 예약 : 온라인 사전 예매 권장. 현장 상황에 따라 대기 시간 발생 가능.
- 오디오 가이드 : 영화감독 박찬욱 해설, QR 코드 무료 제공(한국어·영어)
- 베스트 타임 : 수·토 야간 연장 (19-21시) — 조명 대비로 피부 질감이 더 돋보임.
- 전시 동선 : <Mass> → 개별 인물 조각 → 다큐멘터리 영상 → 포토존(전시장 끝) 순으로 돌아 나오면 군집 → 고독 → 창작 과정을 자연스레 체험.
- 준비물 : 작품과 ‘시선’이 핵심이므로 망원 렌즈·플래시는 사용 불가. 노트나 음성 메모 앱으로 즉각적인 감정 기록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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