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막간: 경계에 머무는 시선
2025년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 ‘막간’ 프로그램은 〈경계에 머무는 시선〉이라는 표어 아래, 사회 주변부의 인물‧공간을 포착해 온 세 명의 여성 감독―켈리 라이카트, 알리체 로르바케르,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영화를 다시 불러낸다. 세 감독은 서사를 설명으로 밀어붙이는 대신 리듬·소리·풍경이 빚는 긴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덕분에 우리는 인물 앞에 놓인 구체적 현실보다, 그 현실을 감싸는 시대적 불안과 정동(emotion + motion)을 감각하게 된다.
켈리 라이카트: 고요 속의 공명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주자 라이카트는 여백과 침묵에 귀를 기울인다.
- 〈쇼잉 업〉은 예술가의 일상을 소재로 삼지만, 거칠고 벅찬 창작 고통 대신 ‘사소한 불편’에 갇힌 시간을 기록한다. 창작자가 어떻게 일상의 잡음 속에서도 “결국 모습을 드러낼(show up) 수 있는가”를 묻는다.
- 〈퍼스트 카우〉(반(反)서부극)는 19세기 개척지에서 총 대신 우정으로 결탁한 요리사 쿠키와 중국계 이민자 킹 루의 작은 연대를 그린다.
- 〈믹의 지름길〉은 오레곤 트레일에서 길을 잃은 개척민들을 따라가며, 권위와 타자에 대한 ‘신뢰의 균열’을 광활한 사막 풍경에 새긴다. 느린 호흡의 쇼트가 사막의 무게를 대신한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신화와 현실의 겹침
이탈리아 감독 로르바케르는 비선형 서사와 해체된 시간성으로 농촌 토포스를 들여다본다.
- 〈행복한 라짜로〉는 인비올라타라는 가상의 시골 마을이 지닌 봉건적 착취 구조를 밝히며, 인간 존재의 순수성과 잔혹함을 같은 프레임에 얹는다.
- 〈키메라〉는 고대 무덤을 도굴하며 과거를 되살리고자 하는 청년 아르투의 집착을 통해, 유물이 ‘상실을 메우는 매개’가 됨을 보여준다.
- 〈알레고리〉는 플라톤 ‘동굴 우화’를 현대 대도시에서 방황하는 소년의 시점으로 재해석하며, 인식과 해방의 가능성을 환기한다.
루크레시아 마르텔: 소리로 직조된 남미의 불안
아르헨티나의 마르텔은 감각적 사운드와 압축된 시선을 도구 삼아 권력·계급·젠더의 결을 풀어낸다.
- 〈자마〉는 식민지 변방에서 구원을 기다리는 치안판사 자마의 허무를 통해, 식민주의 폭력과 존재론적 흔들림을 병치한다.
- 〈늪〉은 부르주아 가족이 한여름의 습도처럼 질척이는 나른함 속에서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 불편하고도 대담한 데뷔작이다.
- 〈북부 터미널〉은 팬데믹 시기 고향 살타로 돌아간 감독이 기록한 음악 다큐멘터리로, 다양한 루츠를 지닌 이들이 노래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모습을 담는다.
〈경계에 머무는 시선〉은 화려한 서사나 스펙터클이 아닌, 낯설고 조용한 가장자리에서 펼쳐지는 감각의 시간을 제안한다. 각 영화는 설명보다 여백, 중심보다 주변을 택해 관객이 ‘머무르며 해석하도록’ 초대한다. 한 줄기 바람·끈적한 습도·어둠 속 빛과 같은 미세한 징후들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계의 결을 드러낼 것이다.
기간2025-07-11 ~ 2025-09-13
작가 켈리 라이카트, 알리체 로르바케르, 루크레시아 마르텔
작품수 9편
관람료0
주최/후원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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